<포지티브 제로 라운지> - 김시온 대표 인터뷰


Positive Zero Lounge

Hidden Jazz Bar in Seongsu


어두워진 밤이면 성수동 연무장길에 와인 한 잔을 곁들여 재즈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다. 간판이 잘 보이지 않는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의 입구를 찾아 파란 네온 조명으로 밝혀진 계단을 내려가면 마치 또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숨겨진 공간이 나타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탑클래스 재즈 뮤지션들이 신나게 자기 음악을 펼치는 곳.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는 팀포지티브제로(TPZ)의 첫 번째 상업 공간으로, 2017년 겨울, 성수동에서 문화 공간을 운영하던 기획자와 뮤지션이 모여 벤처 기업처럼 린한 방식으로 오픈되었다. 종종 라이브 공연이 진행되던 와인 다이닝 공간으로 출발해, 음향 장비부터 공연 주기까지 점차 업그레이드되며 현재는 영업일이면 매일 밤 라이브 재즈가 펼쳐지는 서울의 대표적인 재즈바가 되었다.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에서는 뮤지션들이 대중의 취향에 셋 리스트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재즈의 지평선을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색깔의 재즈 공연이 펼쳐진다. 이는 오히려 관객들에게도 음악의 테이스트를 넓히며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고객들이 ‘외국 같다’는 평을 남기는 데에는 싱글몰트 위스키와 와인을 판매하는 바의 분위기도 있지만,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재즈의 세계가 국한되지 않은 채 공간 안에 짙게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1. TPZ의 자체 브랜드 중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가 가장 처음 오픈한 공간으로 알고 있어요. 
간판도 잘 보이지 않는데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이 되었고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공간인가요?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성수동에서 플레이스 사이라는 복합문화공간을 2013년부터 7년 넘게 운영했어요. 기획에 맞춰서 미디어 아트와 조명 등으로 공간을 변신시키고, 연극, 무용, 재즈, 인디 음악, 전시 등 다양하게 펼쳐지는 공간이었는데요, TPZ 법인을 세우며 ‘문화 공간'이 아니라 아예 F&B 형태의 ‘상업 공간'을 만들어서 그때 했던 활동을 계승해야겠다는 생각했어요. 고객들에게 문화 콘텐츠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F&B로 접근할 때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트래픽을 늘리고, 문턱을 낮출 수 있겠다고 판단했거든요. 제 입장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내딛지 않으면, 그동안 해왔던 일들의 열매를 볼 수 없겠다 해서 한 번 더 리스크 테이킹을 한 것이에요.


“멤버들의 취향과 재능을 결합하여 린하게 시작한 공간"

2017년 겨울. 그때의 TPZ 예산에 맞는 조건으로 찾은 곳이 지금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가 위치한 지하예요. 지하이기 때문에 커피는 팔기가 애매하더라고요. 계약을 하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걸 찾다보니 재즈바를 만들게 됐어요. 제가 원래 재즈를 좋아하기도 하고, 주변에 좋은 재즈 뮤지션이 많아요. 저 뿐만 아니라 TPZ의 멤버들이 네트워크가 좋습니다.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의 공연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뮤직 디렉터는 송인섭 트리오의 프론트맨이자 밴드 못(MOT)의 베이시스트인 재즈 뮤지션 송인섭이에요. 군악대에서 만나서 플레이스 사이를 거쳐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까지 함께 일하고 있어요.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는 공간을 만드는 멤버들이 감각적으로 예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공간이에요. 음악을 좋아하고, 먹고 마시는 걸 좋아해서 적절히 블랜딩되었습니다. 제가 싱글몰트 위스키와 와인을 좋아해서 메인 주종이 결정되었고요. 어떻게 보면 처음 시작은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었죠.


간판이 잘 안 보이는 이유도 의도된 건 아닙니다. 스픽이지 바를 컨셉으로 잡은 것도 아니었어요. 영원히 간판을 안 달려고 한 건 아닌데, ‘간판도 없는 재즈바'로 인터뷰가 나가면서 못 달게 된 거예요. (웃음) 


처음부터 간판까지 할 돈이 없었어요. 예산에 맞는 조건으로 빠르게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최고의 음향 장비로 준비되어 있지만, 처음에는 음향 장비도 부족했고, 좌석 수도 적었어요.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가 알려지고, 매출이 나기 시작하면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업그레이드 작업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고요.


2. 공간을 만든 방식이 스타트업처럼 린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는 
유난히 더 색깔이 확실한 것도 같아요. 어떤 재즈 바로 만들고 싶다는 게 있었나요?


제가 손님으로 가고 싶은 공간이길 바랐어요. 뉴욕 재즈바 스몰스를 좋아합니다. 바이브가 굉장히 좋은 재즈바예요. 바이브라는 게 주관적이고, 복합적이잖아요. 내가 오늘 즐거웠던 이유가 함께 있던 사람일 수도 있고, 어떤 공간만의 시각적 요소일 수도 있고, 그곳에서 맡았던 향이나 들었던 음악일 수도 있고. 스몰스는 그 모든 요소가 다 적절하다고 느꼈어요. 재즈바가 어려운 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든 느낌이 들어서 그 역시 좋았고요.


스몰스는 재즈 클럽이 메인이고, 사이드가 술이라면 아직 재즈를 쉽게 소비하지는 않는 한국에서는 술과 음식에 재즈가 결합된 형태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먹고 마시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 이후에는 좋은 음악과 바이브가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시작은 작게 했다고 말씀드렸듯이, 처음에는 공연이 매일 있지도 않았어요. 처음에는 와인 다이닝인데 가끔 라이브 공연도 펼쳐지는 공간이었다가 공연도 점진적으로 늘어나서 영업 날짜에는 매일 공연이 열리는 재즈 클럽이 된 거예요. 


지금이야 연무장길에 뭐가 많이 생겼지만, 오픈할 당시만 해도 길 자체에 사람이 없었어요. ‘여기 맞나요?’ 하면서 사람들이 들어왔었는데, 조금씩 재즈와 와인으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3. 성수동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나요?


‘플레이스 사이’가 성수동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어요. 성수동은 클래식한 것과 트렌드가 공존하는 다양성이 있는 동네예요. 그래서 사이도 성수동에서 운영했던 거고요. 교통이 편리하고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도 있었고요. 여전히 성수동은 크리에이터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시티 브랜딩이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그 도시 안에서도 라이프스타일을 리딩하는 동네가 있어요.”

글로벌한 초연결 사회가 되며 시티 브랜딩이 중요해졌어요. 국가별로도 메가시티뿐만 아니라 도시 브랜딩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고요. 사람들도 어디 출신인지를 물었을 때 도시를 말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서울. 뉴욕. 베를린. 도쿄 등. 국가를 대표하는 도시가 있다면, 그 도시 안에서도 라이프스타일을 리딩하는 동네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성수동이 그런 동네라고 믿고, 점점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흐름만 봐도 스타트업의 메카처럼 코워킹 스페이스와 벤처회사가 모이고 있고요. 코로나 이후에 디지털 노마드들이 한국에 온다면 성수동을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수동에는 특히 오프라인에서 고객에게 새롭고 좋은 경험을 주는 공간이 많이 생기고 있어요. 이런 흐름 속에서 TPZ의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가 먼저 자리를 잡은 것이고, 2017년부터 지금까지 성수동에 네 개의 공간을 연속적으로 오픈하고 상업적으로 성공시킨 것이 꽤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성수동에 음악 씬을 만들다"

서울에서 ‘음악'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동네는 홍대, 이태원, 청담 정도예요. 성수동에는 새로운 스타트업과 카페는 많은데 음악적인 경험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음악은 TPZ의 코어였고, 잘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아무 배경지식 없이 재즈바를 오픈하려고 하면 리서치와 시행착오 과정에서 많은 리소스가 들었을 텐데, TPZ에는 플레이스 사이 시절부터 지금까지 축적된 실행 노하우가 있었습니다. TPZ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획적으로도, 비용적으로도 상황에 맞게 잘 풀어나갈 수 있었어요. 오히려 힘 뺄 곳은 빼고, 고객의 경험을 밸런스 있게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7~8년을 성수동에서 일하면서 동네의 변화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어요. 이 변화의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 예상합니다. '역동적으로 계속 변화하는 동네라면 앞으로 5년은 우리가 주도해보자. 성수동에서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간다면, 서울이 글로벌해지고 그 안에서도 성수동이 알려진다면, TPZ 역시 글로벌하게 주목받거나 재미있는 프로젝트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합니다.


4. 공간 이름이 회사명과도 겹칩니다. 포지티브 제로 이름에 담긴 뜻이 있나요?


사실 제가 네이밍에 그렇게 민감하지는 않아요. 지금이야 TPZ에 멤버들이 합류하면서 네이밍도 신경 쓰지만, 당시에는 시작을 빠르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포지티브 제로'는 음악이나 미식처럼 생산성이 없어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제로(0)지만, 그런 것들이야말로 우리의 일상과 순간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의미의 포지티브(+)를 붙여 만들어진 이름이에요. 회사의 철학이자 CI에 가까운 이름인데 린하게 공간을 오픈하게 되며 공간의 이름에 녹이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름에 ‘포지티브 제로' 가 들어간 공간은 라운지와 카페포제까지일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음악을 공간에 맞춰 넣는 것처럼, 이름도 프로젝트의 색깔과 결을 따라가는 문법이 더 재미있고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는 TPZ에서 제일 처음 만든 상업공간으로써의 의미가 있긴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가장 앉아있기 고통스러운 곳이기도 해요. 피땀 어린 전쟁 같은 공간이라고 할까요. 많은 스토리가 떠오르는 곳입니다.


5.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에서는 어떤 음악과 경험을 기대할 수 있나요?


재즈 뮤지션 송인섭이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의 뮤직 디렉터로서 공연을 기획, 운영하고 있어요. 재즈 클럽이 있는 동네마다 색깔이 조금씩 달라요. 저희는 성수동에 있을 것 같은 재즈 클럽을 만든 거예요. TPZ의 첫 공간이기도 하고, 커머셜보다 음악가들의 다양한 색깔을 더 고집했어요.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탠더드 재즈만을 강요하기보다는 ‘자기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어요.


“좋은 재즈 뮤지션을 소개하겠다는 욕심과 조금은 덜 대중적이어도 다양한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고집.”

처음부터 한국에 좋은 재즈 뮤지션이 정말 많은데, 저도 그렇고, 송인섭 디렉터도 그렇고 이들을 소개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습니다. 그렇게 공연의 가닥이 잡혔어요. 대중적인 재즈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은 우리가 아니어도 많잖아요. 앨범을 네 장, 다섯 장씩 낸 실력 있는 뮤지션도 많은데 재즈라는 시장 자체가 크지가 않아서 자기 음악을 들려줄 기회가 많이 없어요.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가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한국의 뮤지션 씬에서는 여기가 하나의 등용문이 되길 바랐어요.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에서 공연하는 게,  뉴욕의 스몰스에서 공연하는 것처럼. ‘이 무대에 서는 뮤지션은 실력 있고 잘하는 플레이어야’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고, 관객들에게도 ‘한국에서 재즈를 보려면 이곳에 와야 한다'는 걸 만들고 싶었어요. 


물론 스탠더드 재즈를 할 때도 있죠. 그런데 갑자기 정말 독특하고 아방가르드한 음악을 할 때도 있습니다. 재즈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나 누군가에게는 음악이 낯설어서 불편한 날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의외로 모두의 테이스트에 맞춘 음악이 아닌, 다양하게 지평을 넓히는 음악을 반기는 손님도 많습니다. 


이 사이 어딘가에서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의 기준점을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지금까지 200팀을 겹치지 않고 섭외했어요. 이 과정에서 관객과 뮤지션 사이의 경험에 있어 학습된 TPZ만의 데이터가 쌓였습니다. 지금은 그 경험을 토대로 프로그램을 짜고 있고요. 위와 같은 이유로 뮤지션들이 서고 싶어 하는 재즈바로 브랜딩이 되었어요.


“재즈는 즉흥과 상호작용이에요.”

고객도 소중하고 중요하지만, TPZ에게는 뮤지션도 소중하고 중요하거든요. 재즈는 본질이 즉흥이잖아요. 음악 중에서도 음악가들 간의 상호작용.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음악이에요. 저는 그 즉흥성과 인터랙티브 때문에 재즈가 좋았거든요. 뮤지션도 본인이 신이 나면 공연에서 그 에너지와 시너지가 다르거든요. 뮤지션들에게도 신경을 많이 쓰고, 공연에 있어서도 자유도를 준 게 궁극적으로는 관객들에게도 좋을 거라고 믿어요.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만의 색깔과 바이브는 그렇게 함께하는 사람들의 즉흥성과 상호작용을 통해 채워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