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러바우트> - 윤성수 파운더, 액터&바리스타 인터뷰


Premium Coffee Catering & Showroom


한남동 주택가에 커피 마니아들이 찾아가는 카페가 있다. 커피가 맛있기로 소문이 난 아러바우트의 한남동 쇼룸은 그 어떤 카페와도 다른 분위기가 난다. 손글씨로 친근하게 ‘열었음'이라고 적혀진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면,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 나타난다. 한쪽 벽에는 연극배우들과 연출가의 캐스팅 보드가 붙어있고, 벽에 걸린 오래된 전화기, 벽 없이 뚫려있는 문, 빈티지한 의자들 등이 어딘가 모르게 연극 소품이자 무대 같은 인상을 풍긴다.


공간 안에 연극 느낌이 묻어나는 이유는 아러바우트를 시작한 윤성수 파운더가 영국 출신의 바리스타이자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연극 연출가 겸 배우이기 때문이다. 아러바우트 브랜드를 이끌면서 연극 활동도 활발히 하는 그의 경험이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아러바우트 한남동 쇼룸의 한쪽 공간에서는 정기적인 연기 수업이 열리며, 가끔은 카페의 문을 닫고 전체 공간을 무대로 한 연극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커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연극을 조금 더 쉽게 소비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한국적이며 빈티지한 아러바우트만의 독특한 분위기도 좋지만,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는 역시 커피다. 해외에서도 스페셜티 커피 팬들이 찾아올 정도로 아러바우트에서는 기본에 충실한, 정말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아러바우트는 한남동과 신사동에 매장이 있으며, VIP 커피 케이터링과 스페셜티 커피 컨설팅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1. 연극배우 겸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아러바우트의 파운더이자 바리스타로 일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떻게 두 가지 일을 하게 되신 거예요? 커피는 언제부터 배우셨나요?


연극을 한 건 고등학교 때 극단에 들어가서 이제 20년 정도 됐고, 커피를 처음 시작한 건 이제 10년 조금 넘은 것 같아요. 한국에서 연극학과를 다니다가 2008년에 영국 드라마 스쿨에 새로 들어갔어요. 그때부터 영국에서는 7년을 살았고요. 집에서 지원을 받고 유학간 게 아니었기 때문에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했어요. 오전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끝나면 밤에는 웨이터로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고. 그러다가 영국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게 멋져 보이더라고요.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멋있는 카페도 많았고요. 



당시에 영국은 스페셜티 커피가 치고 올라올 때였어요. 커피 인더스트리에서 말하는 제2의 물결이 일어날 때 호주와 영국이 앞서 있었거든요. 그걸 바로 옆에서 보면서 머리를 썼죠. 연기와 예술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커피를 제대로 해보자' 생각하고, 그때 입문해 끝까지 파고들었습니다.


당시 영국에는 한국에서 못 보던 드링크가 다양했어요. 와인, 맥주, 커피까지.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는 맛이 달랐어요. 산미도 다르고, 향도 다르고. 그때는 한국에 없었던 플랫 화이트도 영국에서 처음 마셔봤고요. 오전 7시에 크루아상이랑 플랫 화이트로 아침을 여는 게 좋더라고요. 이게 커피를 사랑하게 된 계기에요. 


베이커리가 같이 있는 좋은 카페에서 일을 시작하고, 5년 동안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다양한 카페를 옮겨 다니며 일했습니다.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바리스타간의 네트워크가 생겼어요.


2. 아러바우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요?


아러바우트는 2016년에 VIP 케이터링 서비스로 시작했어요. 2015년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오자마자 대학로에서 연극, 연출 작업하면서 프릳츠에서 바리스타로 일했는데요.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행사 케이터링이 제가 가진 또 다른 전문 기술이더라고요. 영국에서 패션위크, 크리스티 옥션 등의 VIP 행사에서 케이터링을 했었거든요. 케이터링하면 행사 기간에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예술 활동에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아러바우트'란 이름으로 케이터링 서비스를 시작했고,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패션 브랜드와 대행사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VIP 케이터링으로 브랜딩이 됐어요.


“나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시장의 흐름에 따라가다 보니 지금은 카페가 주가 되었어요. 한남점을 시작으로 가로수길에도 매장이 있고요. 저는 외국에 오래 있다 보니 한국적인 게 너무 좋거든요. 허름하고, 한국적인 공간을 살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레퍼런스를 찾아 거기 따라가려고 하기보단 제가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과 원하는 방향에 더 초점을 맞췄어요. 연극 연출을 하는 경험이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을 거예요. 방이 있어도 문은 놔두고 부순다든지. 마스킹 테이프를 활용해 표시를 한다든지. 있는 공간을 최대한 살리면서 연극적인 색채가 강하게 공간을 만들었어요. 나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이랑 가장 달라진 점은 사이즈죠. 소박하게 시작했는데 초반부터 인스타그램에서 터져서 많이 알려지게 됐어요. 맛집, 패션,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아러바우트를 아는 사람이 많아요. 프릳츠라는 커피 업계에 팬덤도 많고 힘 있는 팀이 도와준 것도 있고요.


3. 연극과 커피의 경험이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아러바우트 한남에서는 연극도 열고, 연극 수업도 진행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런 활동을 카페에서 하는 이유가 있나요?


실제로 연극/연출 작업이 아러바우트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많이 돼요. 하나의 작품으로 같이 만들어나가는 일이고, 여정이고, 많은 게 오픈되어 있다는 점도 그렇고요. 공간으로 꾸밀 때도 연극 연출을 한 경험이 도움이 되고, 커뮤니케이션할 때도 연극 올리기 전의 경험이 도움이 돼요. 연출은 배우뿐만 아니라 조명, 음향, 관객의 시선 등 신경 쓸 것이 많거든요. 지휘자처럼 다양한 분야와 관점을 하나로 통합해 조율하고 보여준다는 의미로도 통하는 게 있고요.


연극 수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제가 영국에서 워낙 많은 커리큘럼과 교육을 받고 오다 보니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영국까지 비싼 돈 들이지 않고, 아러바우트 뒷쪽에 위치한 드라마스튜디오에 와서 배울 수 있게 만든 거예요. 저는 정기적인 워크숍을 열고, 다른 연극배우인 친구가 취미반, 입시 반을 가르치고 있어요. 제가 진행하는 워크숍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모두 업계 최고의 예술가들이에요. 오페라 가수, 연출가, 한국 무용가, 성악과 학생 등 다양한 친구들이 모이는데요, 큰 무대에 서는 친구들이 많아요. 이미 전문가인데 계속 배우려는 태도를 보며 저도 이들을 리스펙트하고 배우고 있죠. 제가 가르치지만, 서로가 가진 것을 교류하며 나누고 있다고 생각해요. 


“카페를 무대로 여는 연극, 문화 예술의 접근성을 높이다"


작년에는 ‘ㄷ프로젝트'란 팀을 만들고 ‘Sleeping beauty’라는 공연을 열었어요. 며칠동안 카페를 닫고 아러바우트 한남점을 무대로 만들었습니다. 관객들은 카페에 들어오는 순간 차원 이동을 한 것처럼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온 공간을 무대로 연극이 펼쳐지고, 관객들은 숨죽여서 보는 거예요. 제가 지향하는 탈극장공연 그리고 이머시브 씨어터에 가까워요.


커피는 사람들이 쉽게 즐기잖아요. 카페를 찾아다니는 사람도 오지만 그냥 옆집 아저씨도 오는 곳이 카페예요. 반면에 연극에는 아쉽게도 관심 없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는 탈 극장에 관심이 많아요. 이미 사람들이 찾아오는 카페 같은 공간이 곧 무대가 돼서 접근성을 높이는 거예요. 커피를 매개로 문턱을 낮추고 이게 연극이야, 문화 예술이야 조금 더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거죠. 


올해 말에도 비슷하게 카페에서 진행될 다른 공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제가 연극 연출 중에서도 디바이징 쪽 전문이라 또 재밌는 그림이 나올 것 같아요. 이런 활동을 카페에서 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저는 연출과 연기 작업이 계속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카페가 징검다리 역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게 아러바우트만의 색깔이 되며 고객들에게도 또 다른 가치를 줄 수 있다고 믿어요.


4. 아러바우트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요?


아러바우트는 라운드어바웃(roundabout)의 줄임말로 ‘교차로'란 뜻이에요. 영국은 도로가 좁아서 신호등이 잘 없어요. 교차로가 있으면 신호등이 없더라도 서로를 배려하며 꼬이지 않고 질서 있게 나가요. 가장 먼저 들어온 차를 우선으로 다른 차들은 기다리고요. 신호등이 없어도 지켜지는 배려와 질서가 부러워서 좋았어요. 작은 감동을 받기도 했고요. 라운드어바웃은 여러 방향의 갈래로 ‘돌아다닌다'란 의미도 지니고 있는것 같아서, 케이터링 서비스로 시작했기 때문에 이름이 잘 맞겠다고 판단했어요. “r.about”을 영국식 발음으로 읽으면 ‘아러바우트'라서 그렇게 쓰이기 시작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러바우트를 만들고 정말 다양한 사람이 공간으로 찾아오거든요. 연극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커피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도 액티브하게 만나게 되니 네트워크도 쌓이고. 다양한 사람이 모여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영국에는 서로를 도와주는 문화가 있는데, ‘교차로'란 이름처럼 서로를 존중하며 각자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5. 아러바우트에서 쓰는 원두를 소개해주세요.


로스팅을 프릳츠에서 해주는 자체 블랜딩이 있고요.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로스터리인 베를린의 더반(The Barn) 원두와 뉴욕 브루클린의 하이엔드급 스페셜티 커피인 세이(Sey)를 아러바우트가 한국에서 단독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자체 블랜딩은 올해(2020년) 초에 만들었어요. 대중들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우리나라 입맛에 맞게 만들었고요, 더반과 세이는 산미도 있고, 배전도도 낮아서 그 입맛이 맞는 고객들은 또 따로 있어요. 아러바우트를 통해 맛있고 좋은 커피를 계속 소개하고 싶어요.

6. 앞으로의 계획은? 아러바우트가 어떤 브랜드가 되었으면 하나요?


브랜드로서 아러바우트를 더 디테일하게 다듬고 싶어요. 맛있고, 깊이 있는 공간으로 인식을 유지하면서 퀄리티 컨트롤은 기본이고요. 아러바우트가 여러 커피콩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한 사업도 구상 중이에요. 커피 마시는 공간이 멀어서, 혹은 시간이 안 돼서 카페까지 찾아오지 못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이미 원두와 맛있는 커피에 관한 노하우가 있으니, 고객이 찾아올 수 없다면 우리가 직접 보내줄 수 있는 콘텐츠를 활용해보자는 생각이 있어요. 오피스로 직접 배달을 한다든지, 조금 더 작은 형태나 테이크어웨이 샵으로 확장을 한다든지. 우리가 가진 브랜드 색깔과 철학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형태를 고민 중입니다.


고객들에게 있어 첫 목표는 공간과 커피에 있어서 ‘여기는 깊이가 다르구나'라고 느껴지면 좋겠어요. 그냥 ‘예쁘고 잘해놨네, 트렌디한 커피가 있네'가 아니라 공간에도 아러바우트만의 색깔이 있고, 기본 드립과 아메리카노를 마셔도 깊이가 다르다는 게 느껴지면 기쁠 것 같아요. 


맛과 공간에 있어 깊이가 다른 게 느껴지는 브랜드, 여행가는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면 좋겠어요"

조금 더 브랜드적인 관점으로 이야기한다면, 코로나 때문에 상황이 또 바뀌긴 했지만, 여행을 많이 가는 세대잖아요. 여행을 가서도 스페셜티 카페를 찾아가는 사람이 많거든요. 그런데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아러바우트에 오면 비슷한 커피 맛을 똑같이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여행 온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고객들이 일상 속의 작은 여행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자 브랜드가 됐으면 합니다.